건설 현장에서 일정 압박이 가장 심한 순간 중 하나가 거푸집 해체 시기를 결정할 때라고 하는데요. 현장 실습 중에 안전관리자 선생님께 들은 말 하나가 떠오릅니다.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이 오면 제일 먼저 희생되는 게 양생 기간이야.”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네요.

안전공학과 수업에서 콘크리트 재료역학을 배울 때, 양생 기간이 콘크리트 강도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 데이터가 일정과 비용 앞에서 무시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거푸집 해체 시기를 너무 일찍 잡으면 구조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정리해봤습니다.

거푸집과 동바리가 하는 역할

거푸집은 콘크리트를 원하는 형태로 굳히기 위해 설치하는 틀입니다. 그리고 동바리는 거푸집과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하중을 아래에서 받쳐주는 지지대입니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어서 스스로 하중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동바리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쉽게 말하면 거푸집과 동바리는 콘크리트가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버텨주는 임시 보호자입니다. 이 보호자를 너무 일찍 치워버리면 아직 힘이 없는 콘크리트가 자기 무게와 위에서 오는 하중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콘크리트 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중에 콘크리트 압축강도 발현 곡선이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타설 직후부터 강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설계 기준 강도의 약 70%에 도달하는 데 일반적으로 7일 정도가 걸리고, 100%에 도달하는 데는 28일이 걸립니다. 이 28일을 재령 28일이라고 부르고, 콘크리트 강도 시험의 기준이 됩니다.

문제는 이 기간이 온도와 습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겨울철 낮은 기온에서는 수화반응이 느려져 강도 발현이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반대로 여름철 고온에서는 초기 강도는 빨리 올라오지만 장기 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계절과 환경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해체 시기를 잡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너무 이른 해체가 일으키는 일들

위 영상에서 처럼 거푸집과 동바리를 너무 일찍 해체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단계적으로 문제가 생기니 이걸 잘 캐치해서 조치를 취해야해요.

첫째,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아직 강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하중을 지탱하려다 보면 콘크리트 내부에 인장 응력이 발생합니다. 콘크리트는 압축에는 강하지만 인장에는 매우 약한 재료입니다. 이 인장 응력이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균열이 시작됩니다.

둘째, 처짐이 발생합니다. 슬라브나 보 같은 수평 부재에서 특히 문제가 됩니다. 강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상부 하중을 받으면 중앙부가 아래로 처지기 시작합니다. 이 처짐이 설계 허용치를 넘어가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집니다.

셋째, 최악의 경우 붕괴로 이어집니다. 균열과 처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콘크리트가 하중을 버티는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붕괴가 발생합니다. 거푸집 동바리 붕괴 사고는 국내외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왔고, 사고 원인을 분석하면 양생 기간 부족과 이른 해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

실습 중에 지하 주차장 슬라브 타설 구간에서 동바리 해체 작업이 진행되는 걸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안전관리자 선생님이 해체 전에 타설 일자를 확인하고, 그날의 평균 기온을 체크하고, 콘크리트 공시체 압축강도 시험 결과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번거로워 보였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바리 빼는 순간부터 그 하중이 전부 콘크리트로 가. 그러니 콘크리트라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확인을 무조건 해야해” 그 말 한마디로 왜 이 과정이 필요한지가 완전히 이해됐습니다.

법적 기준과 실제 현장 적용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설계 기준 강도의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기 전에는 거푸집과 동바리를 해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슬라브와 보의 경우 설계 기준 강도의 100%에 도달해야 해체가 가능하고, 기둥과 벽체는 5MPa 이상이면 해체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콘크리트 타설 시 공시체를 함께 채취하고, 재령에 따라 압축강도 시험을 실시합니다. 시험 결과가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게 원칙입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양생 기간을 더 길게 잡거나 보온 양생을 적용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공사 일정은 항상 빠듯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은 현장에서 일하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는 시간을 단축할 수 없습니다. 강도는 재료가 정해놓은 속도대로 발현되고, 그 시간을 무시한 대가는 균열과 붕괴로 돌아옵니다.

안전공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구조물의 안전은 설계도면이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겁니다. 거푸집 해체 시기 하나가 건물 전체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하루, 이틀을 아끼려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