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안전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27살 대학생입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건설 안전, 가설 구조물, 그리고 시공 단계에서의 구조 거동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 이런 수업들을 듣기 시작했을 때 저는 공식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학 과목에는 보통 많은 수식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들을 외우고 적용하는 데 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처음에는 실제로 그렇게 보였습니다만 강의 시간에 교수님은 공식을 하나 소개하고 각 변수의 의미를 설명한 다음, 몇 가지 예제 문제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단위중량과 높이가 주어지면 저는 압력을 계산할 수 있었고 부재 간격이 주어지면 그 부재에 작용하는 하중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문제를 푸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편이었어요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저를 조금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는 방정식을 풀 수는 있었지만, 구조 내부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실제 현장에 가서 이런 공식을 적재적소에 써먹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던거죠
숫자는 이해되지만 구조는 잘 떠오르지 않았던 순간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형틀 측압에 대한 내용을 복습하고 있었습니다. 공식 자체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압력은 단위중량에 높이를 곱한 값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그 공식을 노트에 여러 번 적어 두었습니다. 연습 문제도 크게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신선한 콘크리트가 형틀 안에 채워져 있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려고 하자, 제가 대부분 숫자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이걸 현장 상황과 대조했을 때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을지를 몰랐던거죠
계산 결과는 맞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재료가 어떻게 거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연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방정식을 이해하는 것과 그 방정식이 설명하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항상 같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부 방식을 조금 바꾸어 보기
그 사실을 깨달은 이후 공부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교재를 읽거나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개념을 제 자신의 말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개인 노트 정도였습니다. 문서를 하나 열어 놓고, 마치 그 개념을 처음 듣는 친구에게 설명하듯이 글을 써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때는 설명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문장을 쓰다가 중간에 멈추면서, 제가 그 개념을 생각보다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해가 안되는 개념들을 몇십분 앉아가며 계속 혼자 전전긍긍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가장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해는 작은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공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점점 느끼게 된 점은 이해라는 것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작은 깨달음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를 처음부터 단단한 구조 재료로 생각하는 대신, 타설 직후에는 무거운 유체처럼 거동한다고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또는 하중이 어떤 부재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아이디어들이 구조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조금씩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구조에 대한 머릿속 그림이 조금 더 명확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공식들도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공부에는 이해와 분석 그리고 암기라는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이해와 분석은 후천적으로 늘려갈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암기는 선천적인 재능 여부가 큰 요소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선천적인 암기 능력이 꽤 떨어지는 놈이었습니다.
위 영상이 저처럼 암기 능력이 낮은 사람에게 꽤 도움이 될 것 같아 영상를 같이 첨부해봤습니다.
이 블로그가 하고 싶은 역할
이 블로그는 전문적인 공학 교재나 기술 지침서를 대신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이미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과 연구자들이 작성한 훌륭한 자료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 블로그는 오히려 제가 공부하면서 겪는 과정을 기록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다루게 될 내용들은 아마 이런 주제들이 될 것입니다.
- 형틀 측압
- 동바리 구조
- 시공 단계에서의 하중 전달
- 콘크리트가 굳기 전 구조 거동
어떤 글들은 단순히 예전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개념이 어느 순간 조금 더 분명해지는 경험을 기록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만약 예전에 누군가 저에게 왜 건설 안전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은지 물어봤다면, 아마 저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꽤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이 제가 실제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공학에서는 공식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공식 자체는 오히려 가장 쉬운 부분일 때도 있습니다.
시공 과정에서 구조가 실제로 어떤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는 그 과정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공부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